아, 회장님

어떤 동네에 20여명의 회원이 있는 친목 단체가 있답니다.
특이한 점은 임원이라고는 달랑 회장님 1명뿐이라는 겁니다. 부회장도 없고 감사도 없어요. 더 특이한 것은 그 회장에게 어느 누구도 회 운영에 대하여 따지는 사람이 없어요. 회원은 회비를 납부하고 회장의 결정대로 따르고, 회장은 어떻게 하면 회원들 편의를 위하여 봉사할까 하는 연구뿐이랍니다. 20년이 넘는 동안....

진짜로 특이한 것은 그 회장님의 임기가 종신직이랍니다. 죽을 때까지 회장님이라는 것이지요. 회원들은 그 분이 종신직 회장님으로 남아주길 만장일치로 간청하였답니다.
왜 그럴까? 그 모임은 왜 의심 없이 믿음만 있을까?
회장을 왜 견제하지 않는 것일까? 그런 맹목적인 믿음이 과연 가능하다는 말인가?

내 주위에는 분명 그런 회장님과 그를 믿고 따라주는 회원들이 현존한답니다.

* * * *
불참하였다가는 죽는 수 있을 것 같아 겁먹고 그곳에 갔더니 경치 좋은 그곳에 어김없이 그곳만의 회장님이 계셨습니다.
전국에서 모여들 회원들을 기다리며 그들이 편히 쉴 공간을 만들고 있었지요
운동복 차림으로 땀 흘리며 열심히 물건들을 나르고........ 햇빛 막을 천막과 편히 앉을 자리.... 족구장 네트와 라인을 규격대로 맞추고, 준비한 술과 안주와 과일을 내 놓았습니다. 좋은 쌀 골라 정성스럽게 지은 밥과 추어탕을 식히지 않으려고 개스통 연결된 화로에 솥단지를 올려 놓았습니다.

과일 향 내뿜는 그 옆에서는 코끝 빨갛고 눈썹 끝 내려간 어떤 아저씨가 마이크 테스트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아, 아, 마이크 테스트 중입니다. 하나.. 둘.. 셋... 아, 아, 마이크 테스트 중입니다. 하나.. 둘.. 셋...아! 아!”똑 같은 어조의 똑 같은 대사.... 10여 차례 이상을 반복해도 마이크 성능이 좋아지지 않자 그 아저씨 처진 눈썹 끝이 조금 올라갔습니다.

열심히 운동하고, 밥 먹고, 실컷 술 마시고 목청 터져라 노래하고.. 춤추고.... 하루가 저물어 갔습니다. 그럴수록 친구들 서로 포옹하며 헤어지는 아쉬움을 달랬답니다.

뉘엿뉘엿 해 질 무렵 먼 길 재촉하는 친구들 배웅한 뒤....

회장님 부부는
바람에 날린 천막, 자리 다시 접은 뒤 솥단지랑 개스통, 밥그릇, 수저..... 쓰레기통 주섬주섬 주워들고 화물차에 옮겨 싣더니 조심스레 밤길 떠났답니다.

남편은 큰 일 치룬 뒤 소주 한잔 생각에 표정 그리 어둡지 않았으나 그 아내는 설거지 생각에 큰 한숨 내뱉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