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조선소의 힘 '소득 2만5000弗'
[머니투데이 거제=강기택·박준식, 사진=최용민기자][[기업도시, 부의도시]젊은층 증가 "산부인과 잘되는 도시"]
"1980년대 후반 오일쇼크 때 도크가 비어서 조선소 근무자들은 풀을 뽑으면서 지냈다. 도크에서 새우양식을 할 생각까지도 했다. 조선경기 만큼이나 그 당시 거제 경기도 불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180도 달라졌다"(삼성중공업 민경환 부장)
통계로 본 거제는 명실상부한 부의 도시다. 1인당 소득 2만5000달러(2006년말 추정), 주택보급률 103.1%, 자동차 등록 1.1세대당 1대(6만5294대). 1인당 소득 3만달러 시대가 눈 앞에 있고 집과 차가 없는 집이 없을 정도다.
지난해 10월 20만명을 돌파한 거제시 인구는 올 들어 매월 평균 484명씩 증가하고 있다. 이 중 신생아 비율이 45% 수준이다. 나라 전체가 고령화사회로 치닫고 있는데 거제는 젊은이들이 조선소의 일자리를 찾아 몰려온 뒤 짝을 찾고 아이를 낳으며 거꾸로 가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거제는 전국에서 소아과와 산부인과가 가장 잘 되는 도시로 꼽힌다. "소아과에 가서 2~3시간씩 기다리는 건 예사"라는 게 거제 사람들 얘기다.
이처럼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반농반어 촌락이 지금은 한국에서 가장 부유하고 역동적인 도시로 변신한 건 전적으로 조선기업들 덕분이다. 1973년과 1977년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들어서면서 거제는 세계 최고의 조선도시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현재 두 회사의 종사자는 대우조선해양 2만5000명(직영 1만1000명, 협력사 1만4000명) 삼성중공업 2만4000명(직영 9000명, 협력사 1만5000명) 등 모두 4만9000명이다. 가족 포함하면 13만명이 조선업 관련 인구이며 이는 거제시 인구의 65%에 해당한다.
두 조선소가 거제시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36%, 2005년 34.9%, 2006년 27.5%로 집계됐다. 조선소가 갖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조선소 비중이 점차 줄어드는 것은 도시가 성장하면서 금융, 유통, 서비스 등 다른 부문에서 내는 세금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거제시의 두 조선소에 대한 지원도 강화되고 있다. 거제시는 6월1일부터 '사회산업국'을 '조선해양관광국'으로 개편했으며 '지역경제과'를 '조선산업지원과'로 바꾸고 조선소와 협력업체 지원에 나서고 있다.
거제가 조선업 호황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역으로 보면 거제시의 조선업 의존도가 너무 높은 것은 불황시에 최대의 약점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거제시는 해금강 등 자연자원 외에도 조선업을 관광자원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08년 완공예정으로 220억원의 예산을 들여 짓고 있는 조선테마공원이다.
거제시 신삼남 공보담당관은 "조선산업과 관광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삼고 조선산업의 안정성장을 지원하면서 체류형 관광인프라를 구축해 머물다 가는 관광휴양지로 변모시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거제시는 거제도와 부산가덕도를 잇는 거가대교가 2010년 완공되면 부산권을 배후지역으로 갖게 되면서 관광산업 등을 통해 또 한번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역시 조선업이 언제나 호황세가 지속될 수 없다고 보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보다 창조적인 선박을 건조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게 유일한 길이다. 그리고 이들 조선소의 진로는 거제의 진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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