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용 선생을 돌이켜보는 다소 지루한 이야기

김병용 선생께서 음식점을 개업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만감이 교차하는 것을 느낍니다. 개인적으로는 친척관계로 그 분이 형(김병용-최상봉-최한용)이 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항상 물 가상에 애기 내보내는 어른 마음이었으니..... 다행히 서울 생활 익숙해지고 제자리 잡았다는 소식에 가슴 뿌듯해짐을 느낍니다. 무지무지한 발전 있으시길 충심으로 기대합니다.
아울러 어린 시절 김병용 선생으로부터 배운 기술을 어른이 된 지금까지 실전에 써먹고 있는 제 모습을 일부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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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을 횟집으로 불러내 소주를 사주는데 여러 잔이 오가고 혀가 약간 꼬부라질 즈음 평소 말수 적은 녀석이 카츄샤 군(軍) 경력을 꺼내면서 영어 실력을 자랑한다. 이에 뒤질세라 영문과 출신이라는 이마가 훤한 녀석과 자기도 한 공부하였다는 미모의 여직원까지 합세하여 혀 꼬부라진 영어 실력을 자랑한다.

나는 마치 이방인 취급당하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영어로 말하는 그들을 멍히 바라보다 괘씸한 생각이 들어 돌연 삿갓 김병연의 시 ‘毛深內闊 必過他人(모심내활 필과타인)’의 뜻을 물어 화제를 바꾼 다음, 손목이 내 허벅지만한 아줌마에게 메모지를 가져오도록 부탁하여 붓펜으로 큼지막하게 적고 물었다.

‘內下長風新兵’....... 이게 뭔 뜻이냐?
‘안.內, 아래.下, 길.長, 바람.風, 새로울.新, 군사.兵’
막상 쉬운 한자라고 생각했는데 해석은 잘 안 되는 모양이다. 한참을 낑낑거리다 동시에 “어떤 뜻이요?”라는 시선을 보낸다.
“영어깨나 한다는 죤만이들이 이것도 모르냐? 더 연구하고 풀어봐! 힌트를 준다. 음란한 생각” 이번에는 다른 호기심으로 해석에 골몰한다. 어떤 친구는 아무렇게나 해석하고 스스로 얼굴이 빨개진다.
그런 후배들에게 천천히.. 아주 천천히 위 문장을 거꾸로 읽어 내려갔다.

병. 신. 풍. 장. 하. 내.
뭐냐하면... 니기들이 병신 육갑한다는 뜻이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면, 병신 육갑하고 자빠졌다는 뜻이다. 알겄냐? 영어깨나 한다는 놈들이....

그런저런 설명 끝에 감동한 후배들은 노래방에 가자고 졸라댔고, 나는 해병 후배와 함께 듀엣으로 해병 곤조가를 불렀다.

김병용 선생께 배운 지식 제 2탄

-담배를 피우면서 지혜롭게 화를 푸는 방법을 소개함

1)담배 피울 자리를 잘 잡아라. 퇴근 전이라면 구석진 방이나 계단도 괜찮고, 퇴근 후라면 친구들과 함께하는 술자리가 좋다.

2)불을 붙이는 방법이 대단히 중요하다. 나를 화나게 한 대상(이하 ‘안주’라 함)을 철저히 머리에 새겨두면서 불을 붙여야 하는데 담뱃불을 붙이는 것에 급급하다보면 안주가 머리 속에서 일시 사라져 버린다. 따라서 안주를 선명하게 떠올리면서 조심히 담배 한 개피를 왼손에 꽂고 통성냥을 왼손에, 성냥개비를 오른손에 들고 바깥 부분에서 안쪽으로 ‘찌이우~욱’ 긁어 당겨 불인 켠 다음,
-이 방법은 김병용 선생이 10대 후반에 터득한 방법으로 그 분은 당시
미군복 주머니에 통성냥을 넣어가지고 다니도록 권유하였음

성냥불 끝부분으로 담뱃불을 서서히 붙여라. 손끝이 뜨거워질 때까지 참고 있으면서 더욱 분개심을 가져야한다. 이때, 시선은 정면 눈높이 위 약 30도, 우 약 15도 가량 치겨 뜨면서 눈알의 흰자위를 많이 보이도록 하고 아랫턱을 쭉 빼내 필터를 어금니로 질근질근 깨물어야 한다. 강조하건대 반드시 성냥개비를 테니스 라켙 잡듯이 손목에 힘을 뺀 채 조심히 잡고 서서히 ‘찌우~욱’ 잡아 당겨야한다. 지포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방법이 있긴 한데 이때 중요한 것은 라이터 뚜껑을 거칠게 여닫는 것이 요령이다.

3)그 담배를 오른손 두.세번째 손가락 사이에 옮겨놓고 손가락에 있는 힘을 다주어 쥐고(왼손잡이는 반대로) 연기를 마음껏 흡인한 다음, 안주가 있는 방향으로 아까 안주가 나에게 함부로 했던 그 장면을 그리면서 담배연기를 ‘푸후우~’ 길게 내뿜어 그 얼굴을 지워 버린다.

4)직설적인 욕은 삼가라. 그것은 지성인이 아니다. ‘내하장풍신병’도 한 방법이다.

5)원칙 한 개피로 끝내야 하나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으면 2개피까지 반복한다.

참고로 한용이 아저씨는 담배를 끊었다. 1년도 넘었다.
한마디만 더...
아저씨는 진짜로 철들었단다. 너희들도 이제는 철들어야겠지 승채야, 장곤아, 기봉아 이 죤만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