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과교 50회 동창회
  331명 친구들아! 1963,64,65, 66,67,68년 학교가는 신작로 길이 생각나면 이곳에서 머시기 거시기 허자.
             가입대상 : 동기모임       개설일자 : 2004-10-12       가입회원 : 185 명      운영자 : 전기봉, 조영섭(섭이)
번호 제 목 글쓴이 등록일 파일 조회
1064     귀농, 아름답고 소중한 선택 서비 2009-07-30   1358







1998년 늦가을 김영선·안금숙 씨 부부는 세 살, 한 살배기 두 아이를 품에 안고 인제군 가리산 자락으로 돌아왔다.
십여 년 도시살이 동안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던 곳이었다.
귀농해 다섯 해가 흐르고 부부는 자연에게 겸손과 기다림과 여유를 배우며 살아가고 있다.

초등학교 일학년 유빈이와 여섯 살 인규에게 자연은 훌륭한 선생님이고 즐거운 놀이터이다.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산에 오르고, 개울물도 잘 건넌다.
바위를 들치면 가재가 숨어 있고, 북극성은 어디서 찾고, 계절마다 나무 색이 어떻게 바뀌는지, 꽃과 나무의 이름이 무언지도 곧잘 안다.



보일러가 고장 나도, 경운기가 갑자기 서버려도 마을 사람들은 영선 씨만 찾는다.
기계도 사람을 볼 줄을 아는지 그의 손만 닿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잘 돌아간다.
금숙 씨는 마을의 미용사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머리 손질은 늘 그녀 차지.
그렇게 도움을 주고 나면 노인들은 부부의 손에 그 집에서 가장 맛난 것들을 쥐어준다.
부부가 한사코 손사래를 쳐도 노인들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

문득문득 밀려오는 행복
가리산 품으로 돌아온 지 다섯 해.
김영선(35·강원 인제군 인제읍 가리산리)·안금숙 씨(34) 부부는 요즘 문득문득 행복을 느낀다.
지혜롭고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할 때, 마을에서 자신들이 꼭 필요한 존재임을 느낄 때, 도시에서는 모르고 지나갔을 자신들의 재능을 발견했을 때,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가족과 마주할 때.
돈 부자는 못 돼도 마음 부자는 될 수 있을 것 같아 부부는 자신들의 귀농이 아름답고 소중한 선택이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십여 년 도시살이 동안 늘 이곳을 그리워하며 살았어요.
지금쯤 가리산에는 꽃 향연이 벌어지겠구나.
하늘에는 별이 얼마나 총총할까. 단풍이 또 얼마나 예쁠까.
계절이 바뀔 때마다 늘 가슴앓이를 했지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영선 씨보다 금숙 씨가 더욱 간절했다.
중학교 동창으로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우정을 나누던 부부.
친구로만 여기던 금숙 씨에게 영선 씨는 어느 날 갑작스럽게 청혼을 했다.
“남편이 중학교 때부터 인제 차부에서 땅콩 과자를 구워 파는 장사를 했어요.
제가 오고 가며 땅콩도 많이 까주었는데, 그때부터 생각했대요.
금숙이처럼 천사 같은 사람하고 결혼하겠다고요.”
부부는 고향으로 돌아가자는 약속을 하고 스물다섯에 한 식구가 되었다.
주례도 없이 배를 타고 결혼식을 올리고, 함께 누우면 꽉 차는 단칸방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했다. 그렇게 결혼 비용을 아껴 모은 돈에 융자를 보태, 결혼한 이듬해 가리산 자락에 5600평 땅을 장만했다.
부모님이 평생 동안 소작을 부치던 땅이었다.



그때부터 부부는 차근차근 귀농을 준비했다.
융자금을 갚고 초기 정착금을 장만하는 데 오년이 걸렸다.
어떤 작목까지는 아니었지만, 내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생산하자고 부부는 뜻을 모았다.
그리고 남편은 휴일이면 건설 현장을 돌며 버려지는 건설 자재를 모으고, 배관이며 전기 설비 등 집 짓는 기술도 어깨너머로 익혔다.
그렇게 집 근처 공터에 차곡차곡 모은 자재를 몇 달에 한 번씩 고향으로 날랐다.
그렇게 1999년 늦가을에 부부는 남매를 품에 안고 가리산 자락으로 돌아왔다. 본가에 살림을 꾸리고, 부부는 손수 집을 짓기 시작했다.
몇 달 동안 온전히 두 사람만의 힘으로 집을 완성했다.
그렇게 집 짓는 데 들인 돈이 540만 원.
몇 년 동안 건설 현장을 돌아다닌 노력 덕에 헐값에 지었지만, 부부에게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포근한 보금자리였다.


 




자연에서 배우는 기다림의 지혜

“이사 온 첫날밤 하늘의 별을 보는데, 어린 시절 보던 그 별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거예요.
순간 십년 동안 우리가 어디서 헤매다 온 걸까 싶었어요.”
그러나 부부의 귀농 생활이 늘 달콤한 것만은 아니었다.
첫해 부부는 임대 농지까지 빌려 배추를 8000평이나 심었다. 초보 농사꾼으로 하나부터 배우려니 일이 만만찮았다.
씨앗을 뿌리고 김이나 몇 번 매주면 끝나는 게 아니었다.



처음부터 무농약을 고집하기에는 여러 모로 여건도 맞지 않았다.
제초제는 치지 않고, 농약 치는 횟수도 최소한으로 줄였다.
하루 종일 밭에서 종종대고 들어오면 온몸에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었다.
그렇게 정성을 들였건만, 그해 배추 시세가 바닥을 쳤다.
수확도 못 해보고 모두 갈아엎어야 했다.
“허탈했지요.
그런데 우리 잘못인 것 같았습니다.
땅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농사를 짓자고 약속을 해놓고 그렇게 약을 쳐댔으니 결과가 좋을 리가 있겠어요.
이듬해에는 무공해로 콩 농사를 지었습니다.”



콩을 서울의 지인들에게 팔아 그해 거둔 수입이 450만 원.
네 가족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시세를 타지 않는 대체 작목을 찾는 게 급했다.
그때부터 교육이라는 교육은 다 쫓아다니고 컴퓨터와 농업 자료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찾은 작목이 야콘이었다.
농약과 제초제를 치지 않아도 되고, 희귀 작물이라 시세가 널뛰지 않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콩 농사를 거둔 부부는 야콘 농사를 시작했다.
애초에 결심한 대로 농약은 물론 화학 비료도 주지 않았다. 나무 껍질과 소똥, 인분을 발효시킨 거름을 주고, 일일이 예초기로 풀을 베어냈다.
그렇게 첫 해 300평 야콘 농사를 지어 손에 쥔 돈이 500만 원.
경지 면적에 비하면 소득은 괜찮았다.
그러나 종자를 구하기 어려워 면적을 늘리는 것도 마음 같지 않았다.
지난해 겨울에는 겨우내 눈이 많이 내려 비닐하우스에 저장한 종자까지 대부분 얼어 죽었다.
그래서 150평밖에 심지 못한 데다, 여름내 비가 많이 내려 그나마도 작황이 좋지 않았다.



“온전히 농사만으로 돈을 벌기가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도시에서라면 좌절하고 포기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자연이 늘 저희를 다독여주더군요.
돈에 쫓기지 마라.
기다릴 줄 아는 여유를 가지라고요.”
이렇게 오년 동안 살다보니 가끔씩 농지 구입이며 건축 상담이며 귀농에 대해 문의를 해오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들이 빼놓지 않는 질문이 돈을 벌 수 있느냐는 것.
그들에게 부부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돈을 쫓으면 급해진다, 기다릴 줄 아는 여유를 가지라는 것이다.
부부는 돈이 행복 지수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 내가, 가족이, 이웃이, 자연이 눈에 들어오고, 그들이 더없이 소중한 것을 알게 된다고.
기다릴 줄 아는 지혜를 가졌더니 큰돈은 아니라도 먹고 살만은 해지더란다. 부부가 일년에 벌어들이는 소득은 어림잡아 삼천만 원.
야콘과 표고 농사로 천만 원, 트랙터 일로 천만 원, 집 짓는 일로 천만 원 정도의 소득을 올린다.
“며칠 전에 송이를 따러갔어요.
송이는 몇 개 못 땄지만 머루, 다래 따먹고 옹달샘 물 마시고. 얼마나 재미있던지.
도시 살았으면 이런 행복을 어찌 알겠어요.
얼마 전에 마을 분들과 ‘가리산을 우리가 지키자’는 모임도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깨끗한 환경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물려주고 싶어서요.” 글·유재경 기자 | 사진·최수연 기자

‘땅속의 배’
야콘을 아시나요
남아메리카 안데스 지방이 원산지인 야콘은 우리 나라에는 1980년대 초반에 처음 들어왔다. 그러나 종자 구하기가 쉽지 않고, 대량 번식도 불가능해 아직도 전국적으로 생산 농가가 열손가락에 꼽히는 희귀 농산물. 감자나 고구마처럼 뿌리를 먹는 식물로 포기마다 여러 개의 야콘이 달리는데 고랭지로 갈수록 좋은 품질의 야콘을 생산할 수 있다.
야콘은 줄기와 뿌리 사이에 있는 눈으로 번식을 하는데, 눈을 하나씩 떼어내 비닐하우스 온상에서 싹을 틔운 뒤 정식을 한다.
재배 방법은 비교적 쉬운 편으로 퇴비를 뿌린 밭에 모종을 옮겨 심은 뒤, 곁순을 따고, 풀을 베서 썩도록 놔두면 된다.
4월에 정식해 10월 중순이면 수확을 시작한다.
바로 수확하면 떫은맛이 나므로 한 달 정도 후숙시켜 먹는다.
후숙 후에는 배처럼 시원하고 단맛이 강해진다.
익히지 않고, 과일처럼 껍질을 깎아먹거나 즙을 내 마시는 게 가장 맛있다.
섬유질과 천연 올리고당이 많아 고기 요리에 넣으면 고기의 육질이 부드러워진다.
야콘은 수분 함량이 87.4%이며, 칼슘·칼륨·나트륨·마그네슘 등의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고, 자당의 당도가 15도나 돼 당뇨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섬유질이 풍부해 소화가 잘되고 변비 해소를 돕는다.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와 비만 예방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