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자성어를 보면 그 해의 세태를 알 수 있다.
교수신문이 연말마다 세태를 풍자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해 왔는데 올해는 '바른길 놔두고 억지로 샛길을 간다'는 방기곡경(旁岐曲逕)을 선정하였다.

교수와 일간지 칼럼니스트 등 지식인 216명이 참여하고 심사를 거쳐 정해진 것이다.
‘旁岐曲逕(곁 방, 갈림길 기, 굽을 곡, 지름길 경)’은 샛길과 굽은 길을 이르는 말로서 바른길을 따라 정당하고 순탄하게 일을 처리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 억지로 꾸려 낸다는 것을 비유할 때 주로 쓰인다.

‘방기곡경’이 뽑힌 것은 세종시 수정, 4대강 살리기 사업 강행, 미디어법 처리 등 굵직한 정책들이 샛길 또는 굽은 길로 돌아 갔음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교수신문은 전했다.


율곡은 송강 정철에게 보낸 편지에서 “공론(公論)이 허락하지 않더라도 ‘방기곡경’을 찾아 억지로 들어가려는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큰 길에는 문이 없고 군자는 큰 길을 가는 법, 정치논리가 허용하지 않더라도 샛길로 쉽게 가다가 독사 물리는 경우는 없어야 할 것이다. (大道無門 君子大路 公論不許 旁岐曲逕)


▶2008년 호질기의(護疾忌醫):병이 있는데도 의사한테 보여 치료받기를 꺼린다는 말로 과실이 있으면서도 남에게 충고받기 싫어함을 비유.

▶2007년 자기기인(自欺欺人):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말로 자신도 믿지 않는 말이나 행동으로 남까지 속이는 도덕불감증 세태를 풍자.

▶2006년 밀운불우(密雲不雨):구름은 빽빽하지만 비는 오지 않는 상태로, 여건은 조성됐으나 일이 성사되지 않아 답답함과 불만이 폭발 직전인 상황을 언급.

▶2005년 상화하택(上火下澤):위는 불, 아래는 연못으로 소모적으로 논쟁하고 갈등하는 현상을 꼬집음.

▶2004년 당동벌이(黨同伐異):같은 무리와 당을 만들어 다른 자를 공격한다는 것으로, 정파나 이해관계에 따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는 양상.

▶2003년 우왕좌왕(右往左往)

▶2002년 이합집산(離合集散)

▶2001년 오리무중(五里霧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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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단어


미국이 가장 많이 검색한 올해의 단어는 또 admonish(훈계하다)다.
지난 9월 윌슨 공화당 의원이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는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거짓말이야(You lie)"라고 외친 것에 대해 의회가 비난 결의를 채택할 때 쓴 단어다.
그곳에선 '훈계'라는 단어만으로도 국회의원이 잘 훈계되는지 부러운 나라다.


일본 교토(京都)의 기요미즈테라(淸水寺)가 선정해 내다 건 올해의 한자는 '新(새로울 신)'이었다.
신종 플루가 아닌 '신형' 플루 탓이다.


더욱 웃기는 건 중국 전강만보(錢江晩報)가 뽑은 금년의 한자가 '被(입을 피)'라는 것이다.
대학 당국이 학생 취업률을 부풀리기 위해 취직도 안 된 학생을 취업했다고 끼워 넣는 바람에 학생의 입장에선 가짜 취업을 당하게 됐다고 해서 '被'자가 당선됐다는 것이고 경찰에선 노숙자 등 변사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걸핏하면 '자살'이라고 섣부른 결론을 내리는 바람에 죽은 자로서는 '피(被)자살' 즉 자살을 당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또 국가통계국이 도시 주민의 임금 상승률을 발표할 때도 오르지도 않았는데 올랐다고 해 '피증장(被增長)'을 당한다는 것이다.


우리 직장인들의 금년 사자성어(四字成語)는 '구복지루(口腹之累)'라고 했고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방기곡경(旁岐曲逕)'이다.
전자는 호구(糊口) 걱정ㅡ먹고 살 걱정이고 후자는 '곁길(샛길)과 굽은 길'로 타협과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정치권을 비판한 용어다.

이런 따위의 올해의 단어, 한자와 사자성어만 보더라도 2009년은 여러 가지로 어둡고 답답한 한 해였던 것 같다.
2010년 연말엔 보다 활기차고 희망찬 단어와 사자성어가 등장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