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긴 여행을 하고 이제 마지막 길을 들어서나 봅니다



나는 질그릇과 같아서 깨지기 쉬운 사람입니다

지금까지 큰 허물과 손상없이 살아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여러분들이 지극히 조심하고 보살펴 주신 덕입니다.



나도 나름대로 여러분들께

마음을 다 하려고 애 써 온듯이 생각됩니다만

나의 본의와 다르게 여러분께 아픔을 드린 일이 있다면 부디 용서하여 주십시요



여러분이 나를 용서하여 주는 일조차 모른채로

그렇게 떠나갈 것이 분명합니다만

그래도 여러분께 노여움을 남겨 둔 채로 나만의 여행을 가게 될까 봐

염려하게 됩니다.



다만 내가 약속드릴 것은

긴 시간동안 여러분에게서 느끼실 수 있었던 애정으로

아주 자주 행복했었고

오랫동안, 내가 떠난 이후까지 그때문에 행복할 것이라는

저의 변함없는 마음입니다.



- 고 김수환 추기경께서 떠나시기 직전에 하신 말씀입니다.








우리 인생의 꿈과 같은 순간에 서로 부대끼며 살아 온 그 의미하나로도

우리는 충분히 가깝고 충분히 사랑하는 사이일 것입니다.

아직 깨지지 않고, 그래서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있는 이 사실이

서로 보살펴 준 까닭임을 잊지 마십시다.



잘난 척 하지도 말고

잘 났었던 척 하지도 말고

겉으로 내 보이는 태연함 뒤 편에

쬐끔씩은 슬쓸해지기 시작하는 마음들을 헤아릴 수 있으실 것입니다.

언젠가는 태연히 마지막길이라고 말할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이십여년간 부대껴온 직장동료가 갑자기 타계했다는 소식의 허전함에 ....... 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