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 Whaley      Papilio Ulysses   나비의 여행 .. 정한모 [1] 아가는 밤마다 길을 떠난다 하늘하늘 밤의 어둠을 흔들면서 수면(睡眠)의 강(江)을 건너 빛 뿌리는 기억(記憶)의 들판을 출렁이는 내일의 바다를 날다가 깜깜한 절벽(絶壁) 헤어날 수 없는 미로(迷路)에 부딪치곤 까무라쳐 돌아온다   Triodes   [2] 한 장 검은 표지(表紙)를 열고 들어서면 아비규환(阿鼻叫喚)하는 화약(火藥)냄새 소용돌이 전쟁(戰爭)은 언제나 거기서 그냥 타고 연자색 안개의 베일 속 파란 공포(恐怖)의 강(江)물은 발길을 끊어 버리고 사랑은 날아가는 파랑새 해후(邂逅)는 언제나 엇갈리는 초조(焦燥) 그리움은 꿈에서도 잡히지 않는다   Cymothoe Coccinata    [3] 꿈길에서 지금 막 돌아와 꿈의 이슬에 촉촉히 젖은 나래를 내 팔 안에서 기진맥진 접는 아가야 오늘은 어느 사나운 골짜기에서 공포(恐怖)의 독수리를 만나 소스라쳐 돌아왔느냐.   Triodes        Nymphalidae Hypolimnas    바다와 나비..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 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거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승달이 시리다.   Asterope Markii         Asterope Degandii & Asterope Optima   날아든 청나비 ..강대실 땀에 절은 잠뱅이 서덜 가 바위에 늘어놓고 바람 길 느티나무 그늘 멍석 위에 세상을 눕히니 가지 가득 엉겨 붙은 청나비 한 마리 날아들어 너무너무 그리웠다며 팔 좀 베고 눕잔다.   Charaxes Eupale        Salamis Parhassus   나비가 되어 ..김정자 산의 숨소리 들린다 관룡산 솔숲에서 숲, 숲, 숲 나는 날개를 팔랑이며 솔숲에 앉았다 이팝나무에 앉았다 한다 철쭉꽃 둘러친 바위틈 아슬아슬 손짓하는 꾀꼬리 소리에 취해 나는 한 마리 어여쁜 나비가 되어 숨 가쁘게 날개를 파닥거리고 있다   *        Nymphalid   여름나비 .. 오보영 무슨 아쉬움이 남아서 무슨 미련이 더 있다고 다 떠나간 자리에 다 지고난 꽃밭에 혼자 남아 서성이고 있는가 반겨주는 이도 없는데 맞아주는 이도 없는데 홀로 외로운 날개짓을 하는가   Nymphalidae, Charaxes        Citheronia Regalis    서리나비 소묘 .. 이양우 헌 옷을 빨으려니 갈아 입을 옷이 없다. 외벌 옷 중의 홋 적삼 긴긴 날을 보냈어라. 연꽃 속 혼을 빌던 비단 玉丹 너훌 춤도 가시城 넘는 자린고비 서리꽃이 맺혔으니 한 세월 찌든 꿈도 엉겁결에 무너진다. 가을에 피는 꽃 중에 국화향이 길을 트는데 오가는 길손들은 시만 읊고 떠나간다. 나비야, 청산 홀로 한 맺혀 맴돌련 즉 명년 음력 춘삼월 해동무렵 꽃부러지 머리에 꽂고 훨훨 저승돌아 이승에 날아 오려마,   Nymphalid        Asterope    나비매듭 ..윤여설 하나 되기에는 아픔이 따르는가 보다 한 눈 두 눈 끈을 맺으며 어머니께서는 얘야 조금 손해보는 듯이 살아라! 거듭 실패하며 꼬아올리는 손끝에서 노랑나비가 날고 손가락 율동에서 참나리 한 송이가 핀다 同心으로 등나무처럼 엉켜 한몸돼야 끝을 맺는다 아직 평행하는 저 사회갈등의 현장   Asterope        Submitted    나비효과 .. 이광녕 맑은 날, 여린 손으로 정말 태우는 것은 성조기나 붉은 깃발이 아니고 잠잠한 고요 태극나비의 날갯짓이 또 지구 저편에서 어떤 폭풍으로 몰아올까   Papilio Blumie        Thysania Agrippina   가을나비 .. 이양우 낙엽 한장 떨어뜨리는 힘 가울나비! 무소부재를 연출하는 힘 가을나비! 번데기를 벗고 나오는 힘 가을나비! 그 영혼은 어드메로부터 오가는 현상이뇨?   Doxocopa Cherubina        Morpho Deidamia    나비와 나리 .. 이생진 나비와 나리 욕지도 절벽을 기어오르며 핀 참나리 바람이 떠밀어도 그 자리에 있다 아무도 모르리 그 이치 바람에 떠밀리며 찾아온 나비 세상은 그렇게 뒤얽혀 사는 거 있다는 것만으로 있어지는 것이 아니다 꽃엔 나비 나비엔 날개 날개엔 바람 보이지 않는 바람이 절벽에 있다는 걸 나비는 어떻게 알았을까   Hyalophora Cecropia        Ornithoptera Priamus        Tropea Luna      Cithaeri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