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도
새벽 밥 먹고 나와 어느 지하철 역 부근에 서있는 관광버스에 타라하면 전날부터 곤히 잠들지 못했을 거다.
나라도
친구들과 어울려 떠들고 박수치고 고향가는 길이라면... 전전 날부터 가슴 설레었음이 분명할 거다.
나라도
썬그라스 챙기랴, 카메라 챙기랴, 예쁜 옷 예쁜 모자 챙기랴 분주했을 터이다.

나라도
옆 좌석 앉은 친구에게 인생 즐기며 살자고 한참 떠들어 댔을 것이 분명하다.
나라도
버스 안에서 술 따라 주는 친구에게 처음 두어 번 사양하다가 마지못해 몇 잔 마시고는 취기가 돌자 왜 음악이 없느냐 소리쳤음 직하다.
나라도
휴게실 화장실 다녀와 무얼 살까 두리번거리다가 일행들의 재촉을 받고 버스에 올랐음이 눈에 보인다.
나라도
용길이가 그처럼 술이 약함에도 술을 마셨고..... 친구들을 위해 웃음을 선사하는 마음을 읽고 감사한 마음을 가졌을 것이다.

나라도
고향 친구를 만나 기쁨 나누며 마음 속으로 '오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라도
몸 아픈 영만이와 은옥이가 참석하여 웃음으로 대해주는 모습을 알고 코끝 찡했을 것이다.
나라도
단체 사진에 왜 기봉이가 없을까 걱정하다가 다른 사진을 보고는 '아, 촬영자가 기봉이였구나.'하고 웃움 지을 것이다.
나라도
기차마을에 갔을 때 동심이 어쩌고저쩌고 과장된 몸짓으로 그 순간을 오래 간직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순간 음악에 맞추어 춤을 잘 추는 숫컷으로 보이고 싶은데 자신이 이미 몸치라는 것을 알고 멈칫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취기를 이용하여 막춤을 추어 댈 것이다. 옛사랑, 옛추억 그리고 우연을 가장하여 그녀와 포옹할 것이다. 방해꾼이 없다면 더 오랫동안 포옹하였을 것이다. 그녀도 나와 같은 생각 갖기를 바라며.....


너라면.....
한용이 그 녀석 어떻게 지내는지 마음으로 걱정해 줄 수 있겠는가?
너라면
예쁜 옷, 관광버스 타고 고향 갈 때...... 잠 가득 실은 승용차 운전하여 네비게이션 덕택에 5시간을 소비하여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 10평짜리 아파트에 도착하여 3-4시간 동안 묵은 때 빡빡밀고 가까운 홈플러스 찾아 밥통이랑 쓰레기 봉투랑 청소도구 사다놓고 가져 온 밑반찬에 물 말아 밥 먹을 때 그 야릇한 표정의 외로움을 동정해 줄 수 있겠는가?

너라면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에 있는 국민권익위원회 사무실 앞까지 찾아와 서울대 병원 입원해 있는 동료 병문안 가는 한용이를 위해 직접 운전하여 주는 김병용 선생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너라면
숙소에서 사무실 가는 전철에 올라 타 숨 돌리고 있을 때 반대방향 가는 것임을 알고 애타는 심정을 막연히 우습다고 깔깔댈 것인가?

너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