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부지처’주(酒)

올 여름, 한강이 맨 날 흙탕물이더니.... 이제 조금은 푸르러 뵌다.
한가위 지났으니 이제 곧 찬바람 불겠지

일과 끝내고 숙소에 들어서자, 방안 공기가 우울하다. 답답하다. 속이 메스꺼워지면서 현기증을 느낀다.
아들이 서울에 살아도... 재일이와 재현이가 전화하면 금방 올 지척에 있는데도 왜 이리 고독하냐, 왜 이리 가슴이 훠엉 비워있냐?

몇 잔 마신 술기운이 온 몸에 퍼지면서..... 평화를 느낀다. 문래 공원의 늦게 핀 색색의 장미를 떠올리며 사랑을 노래한다. 볼륨을 높여 남진의 '비나리’를 몸으로 듣는다.
그렇게 깊은 생각에 젖어 있을 때, 6시 반까지 부연고깃뜰로 모이라는 강기숙 회장의 호출 명령을 받았다.‘욱!’화가났다.‘.....나 당직이다. 어쩔래?..’

나는 소주를 이야기 할 때‘처음처럼’이라 쓰고 그것을 ‘잎새주’로 읽는다. 전라도 자식이라는 자부심으로.... 언제부턴지 혼자서 소주를 마시거나 여럿이 마시거나 술을 권하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 대신 내가 알아서 붓고, 알아서 먹는다. 그것을 지가 붓고, 지가 처먹는다 하여 ‘지부지처’술이라 한다.
모든 게 셀프다.

나는 서울에서 가슴이 아플 때 잎새주로 지부지처 한다. 지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