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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서울에서 00000 내려오는 KTX 호남선은 무거운 침묵으로 뒤덮였다.

마치 1992년 14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낙선한 다음날 출근길의 서울지하철 모습을 연상시켰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고 온몸에 힘이 빠져버렸다.

'인권변호사가 독재자의 딸에게 패했다"는 외신 보도처럼
앞으로 이 땅에 정의가 바로설 수 있을까라는 절망감마저 들었다.

정권에 영합하기 위해 언론을 떡주무르듯 왜곡시킨 작자들은 의기양양하면서 잘 나갈 것이고,
이에 맞서 투쟁했던 언론인들은 한직으로 좌천되거나 온갖 수모를 당하게 될 것이다.
가장 두려운 것은 서울에서 살아갈 우리 자식들 문제였다.

92%의 몰표를 던진 호남사람들은 이제 기득권 세력의 공공의 적이 되어버렸다.
당장 대기업에 취업하기 어려워지고 설사 취직한다해도 승진은 요원해질 것이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왜 우리는 3류국민으로 비하되고 소외되어야 하는지 마음이 답답하다.

경상도 애들은 맘편하게 여당을 찍고 기득권인양 우쭐거리며 사는데 우리는 반독재 민주화 열망으로 야당을 일관되게 지지해왔는데도 멸시받고 억압받는 게 원통하다.
더 한심한 것은, 그동안 모든 것을 바쳐온 민주당이 더 이상 희망을 줄 수 없는 구태정당이라는 점이다.
60%를 넘는 정권교체 열망과 역대 최고의 투표율을 갖고서도 유신망령에게 패배한 정당.
지금 우리 호남은 찌질한 넘에게 몸과 마음을 다바쳤지만 결국 함께 양아치로 전락해버린 꼴이다.

서울의 중산층들은 민주당 노란색만 봐도 역겹고 혐오감이 든다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그냥 싫다는 것이다. 이러면 대책이 없다.

그동안 민주당, 평민당, 열린우리당 등 숱하게 간판을 바꿨지만 호남당의 이미지는 변하지 않았다.
앞으로 외부인사들을 영입하고 어떤 당명을 내걸더라도 노란색 칼라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는데 이 찌질남을 어찌할 것인가.
족쇄처럼 달라붙는 민주당과 함께 영원히 아웃사이더로 살아갈 것인가.

그렇다고 친일매판 독재세력에게 갈 수는 없어 안철수의 '정치혁신'에 열광했던 것인데
민주당의 집단 권력욕때문에 새인물이 낙마되고 새정치의 꿈마저 좌절된 것 아닌가.

지금은 북풍한설 휘몰아치는 차가운 동토의 땅이지만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결코 주저앉을 순 없다.
한줌의 희망이라도 움켜쥐고 상식과 정의를 믿으며 뚜벅뚜벅 걸아가야 한다.

그것이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한 길이니까...


다행히 재만 남은 폐허 속에서도 희망의 씨앗들이 보인다.
젊은 20대와 굳건한 허리 30, 40대가 우리와 함께 걸어갈 것이다.
광야에서 외친 '정치혁신'의 열망들이 사그라들지 않고 여전히 살아있다.

지금은 힘들지만...

내일은 밝은 해가 떠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