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을 한 명 줄이면 빈곤층 가정 열 곳을 먹여 살릴 수 있다.
공무원 두 명이 하는 일은 한 명이 하고 그 돈으로 가난한 사람의 복지를 강화하겠다는 수준의 각오로 정부 조직과 공무원 체계를 개혁해야 한다.

공무원의 수가 많고 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비생산적인 일이 자주 벌어진다.
본연의 업무가 아니라 민간이 할 일에 뛰어드는 경향이 도를 넘어선다.
예산 버팀목이 있고 생존에 직결된 문제가 아니라 책임감이 부족하여 방만하게 운영되는 이런 사업은 중지되어야 마땅하다. (180p)


송희영 지음 '절벽에 선 한국경제 - 30년 경제전문기자의 44가지 경고와 대안' 중에서 (21세기북스(북이십일))


몇년전 미국 출장길에 한 몰(mall)에 들렀다가 한쪽 구석 공간에 '초라하게' 공공기관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모습을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번듯한' 빌딩을 쓰는 우리나라의 몇몇 지방자치단체나 4대보험 공단 등의 풍경이 떠올라 씁쓸했습니다.

수백억원, 수천억원의 세금을 들여 신청사를 경쟁적으로 짓는 시청과 구청들,
임대료가 가장 비싼 서울 강남 테헤란로 대로변의 대형빌딩에 입주해 있는 몇몇 공단들을 보면
'절약'이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듯 느껴지기도 합니다.

지금이 새정부 출범 직후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조직과 공무원 체계, 공공부문의 개혁 문제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오히려 복지강화와 실업 이슈로 공무원 증원이 자연스럽게 수용되는 모습입니다.
공무원 채용을 늘리면 일자리 창출이 된다는 생각인데, 그게 그리 간단한 문제는 물론 아닙니다.


저자인 송희영 조선일보 논설실장이 이와 관련해 명쾌하게 정리를 했더군요.
빈곤층 기초생활보호 대상자들에게 지원되는 보조금이 연간 554만원인데, 공무원 1인당 평균 인건비는 한 해 5336만원이라는 겁니다.
공무원을 한 명 줄이면 빈곤층 가정 열 곳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얘깁니다.
저자는
"공무원 두 명이 하는 일을 한 명이 하도록 구조조정을 한 후 빈곤층 열 명을 먹여 살리겠다는 정치인은 언제 나올 것인가"
묻고 있었습니다.


복지 등 업무가 많은 분야로 기존인력을 재배치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절약해 그 예산을 복지와 진정한 일자리 창출에 써야합니다.
그런데 추진력이 가장 높을 정권 초반기에 이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습니다.

저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갔더군요.
"관청 업무는 모두 공무원이 맡아야 한다는 기존 관념을 버릴 때가 됐다.
정부 조직이 썩고 세금만 많이 잡아먹는 조직으로 변했다면 더 이상 늦추지 말고 과감한 수술을 해야 한다.
정부 조직과 공무원 집단은 건국 이래 60년을 넘도록 한 번도 청소다운 청소를 한 적 없이 무풍지대에서 살아왔다."


인구는 감소하는데도 공무원 숫자는 오히려 늘어만 가고 있는 지방공무원 조직,
찾는 이 없는 지방공항,
2000억원이 넘게 들였지만 사실상 쓸 일이 없는 스타디움,
비판의 목소리 속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지자체의 호화청사 신축...
끝없이 댈 수 있는 이런 사례들 속에서 낭비되고 있는 세금을 보면


"공무원 한 명을 줄이면 빈곤층 가정 열 곳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