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과교 50회 동창회
  331명 친구들아! 1963,64,65, 66,67,68년 학교가는 신작로 길이 생각나면 이곳에서 머시기 거시기 허자.
             가입대상 : 동기모임       개설일자 : 2004-10-12       가입회원 : 185 명      운영자 : 전기봉, 조영섭(섭이)
번호 제 목 글쓴이 등록일 파일 조회
1969     기쁜 시정마(試精馬) / 이희원 서비 2014-01-14   1222


기쁜 시정마(試精馬) / 이희원





나는 오늘 기쁘다.
드디어 그녀가 내 몸에 코를 대고 킁킁거렸다.
역시 나의 매력은 집요함에 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스무 번 찍으면 된다.
뒷발길쯤 하나도 매섭지 않다.
역시 계집은 예뻐야 한다.

까짓 발길질도 못 참고서야 어찌 사랑을 말하랴.
스스로를 낮춤으로써 위대해지는 바다의 이치를 어찌 알랴.

프로는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사랑에 빠지려면, 한 여름의 찌는 뙤약볕과 살을 에는 찬바람을 함께 해야한다.
홍어처럼, 식당 한 구석에서 구정물을 뒤집어쓰고 푹푹 썩어갈 때 사랑은 발효한다.

모두들 지쳐 돌아갈 때 내 사랑은 빛난다.
허울좋은 참사랑 따위에 빠져 갈급해져선 안된다.
이만한 사랑도 내겐 너무 과분하다.

종마種馬가 올 때까지가 나의 임무다.
미친 듯이 사력을 다해 절규해도 소용없다.
사랑은 원래부터 프로그래밍 속에 없다.

그녀의 행복을 빌며 발걸음을 돌려야겠다, 히이잉.


-『두레문학』 -











* 시정마(試精馬): 종자 말이 암말과 교배할 수 있도록 암말을 흥분시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