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 그리고 50회

Ⅰ. 행사 경과보고
토요일 오후 3시경 합강, 섬진강 자연학습원
중늙은이 4-5명이 모여 동창 모임 플랫카드 붙이고 방 청소며 장만한 음식 점검한다고 부산을 떨더니만 5시경 무렵에는
경기차 번호판 붙은 관광버스가 도착한다.
6시경에는 회의한다고 부산을 떤다.

저녁 식사 마치고 강당에서 영화를 보는 녀석, 어떤 녀석은 주량 자랑하며 정자에 걸터앉아 세월이 어떻고, 인생이 무엇인지
따지다가 누가 밀지도 않았건만 맥없이 뒤로 넘어지기도 하였다.
녀석들 무리들은 또 강당에 모여 노래방 반주기에 맞추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댄다. 헬기 운전수는 앵콜 없어도 나훈아
노래를 5곡이나 불렀다. 무대 쪽 얄미운 녀석을 바라보던 착한 여인은 최상봉님의 배려로 겨우 마이크 구경을 할 수 있었다.
그것이 1부 스테이지였다면..... 불놀이는 2부 스테이지던가?

조그마한 운동장 가운데 커다란 나무를 쌓고 불을 지피더니 그 불길이 하늘까지 치솟는다. 장관이다.
사회 보던 잘 생긴 녀석은 사람들 모아놓고 처음에는 노래 부르며 춤추게 하더니 나중에는 둥그렇게 원 모양으로 앉게 하고
수건돌리기로 분위기를 이끌다가 몇몇 술래들에게 엉덩이로 이름을 쓰게 한다. 민망한 자세란 쯧쯧....

세상 근심 없어지고 해맑은 눈빛이며 붉게 상기된 중늙은이들... 그 얼굴들!!
그러나 항상 그러하듯 생계 걱정에 즐거운 마음 억누르며 무거운 발길을 안방으로 옮긴다.
그 중, 비교적 술 덜 취한 친구가 이부자리를 펴다말고 갑자기 몸을 일으켜 술상 머리에 앉아 건배를 제안한다. 소중한 시간
잠으로 채우기는 아깝다는 뜻이리라.
“헤~ 일 수 없는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어얼~ 마~나아~~ 울었~ 더언가~~ 동배 액~ 아~가~씨~
~~.....”
“두마~안 가앙~~푸른 무울에~~노오 젓는 배앳 사아 고옹~ 흘러어 가안~”
“사알 모사 껍질 벗겨~~ 그녀의 목에 걸면 그녀는 깜짝 놀라~ 내 품에 안겨 오네~~ 때는 요 때구나~ 얼른 끌어안고 모래밭
을 단 둘이서 한없이 걸어보네~”
누군가의 선창으로 시작된 노래는 합창으로 이어졌고 리듬에 맞춰 나무젓가락으로 밥상 두드리는 맛은 잠자던 여인네들까지
한 곳에 불러 모아 노래를 따라 부르게 한다. 곡이 끝날 때마다 새로운 곡을 메들리로 불러대다가 비로소 새벽녘이 되었다.

어떤 녀석은 지 덮을 이불 챙겨 쓰러지듯 잠을 청했고, 어떤 녀석은 차안에서 추위에 떨며 잠을 청하기도 했다.
그토록 먹어댔으니 토한 친구 또 없으랴?
새벽같이 일어난 다음날, 조연순 친구는 비싸 보이는 상의 등산복을 오랫동안 물걸레질을 하고 있었고, 어떤 친구는 해장
담배 꼬나물고 시아버지 같은 소리 늘어놓으며 늦잠 자는 친구들 깨우고 다녔다. 늙어갈수록 어머니 꼭 닮은 춘자가 빙그레
미소 짓고 있었다.

8시 조반을 마치고 영화를 보거나 족구장에서 운동하느라 열심이다.
이영노 친구의 족구 묘기는 이를 구경하는 친구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고, 그 감동은 친구들의 배꼽에 전해져 배를 잡고 쓰
러지기도 하였다. 그렇게 오전을 보냈다.

굵어진 빗방울 바라보며 뜨끈한 추어탕 국에 땀 흘리며 밥 말아먹고 선물꾸러미 챙겨 기념 촬영을 끝으로 서울 행 버스가
떠나갔다.
남은 친구들도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중늙은이들..... 그들 대화 내용은 평소 손주 자랑이 제일 많더니 그날만은 유독 ‘변치 말고 건강하게 살자.’는 것이었다.


Ⅱ. 우정과 사랑
회의 진행하는 동안, 사회자는 세월호 희생자 외에도 고인이 된 동창생에 대한 묵념을 제안하였다. 그리고는 고인 이름을
호명하였다. 그들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가슴과 콧등이 시려온다.
불길은 묘한 감정을 이끌어 낸다. 자다가 오줌을 싸도 좋다. 치솟는 불길에 환호성 이어지며 감성 예민한 흰머리 소녀는‘
모다악~ 불 피워~ 놓~고~“를 계속 불러댔다.

야심한 시각... 울부짖음을 토해 낼 듯한 목소리로 밥상 두드리며 부르는 노래를 생각해 본 적이 있소? 그리 해 보시오!
“아~아~!! 으악~ 새 스을 피이 우우니~~ 가으으으리인가아~요오오~~”
50회 동창회에서는 가능하다오

적당히 절제된 술의 위력은 자연이 아름답고, 친구들이 좋고,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이어졌다. 집에 가면 ’내 남편,
내 아내, 내 아이들에게 잘해 주어야겠다. 열심히 사랑하겠다.‘는 다짐을 이끌어 낸다.

옥과 개미들은..... 서울, 광주, 부산지역에서 올 친구들을 위하여 배추김치와 갓김치를 담그고, 고사리, 미나리 등 나물류
를 무치고, 돼지고기, 말린 서대, 홍어회 등 많은 음식을 준비한 외에도 술, 물, 접시, 젓가락, 심지어 칫솔, 수건까지
준비하였다.
회의를 시작할 무렵 옥과 개미들은 이미 파김치가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개미들은 밥상을 차리고 설거지를 반복하였다.
다음날 오전에는 그러길 두 번씩이나 반복하였다.

옛날 옛날 50회 동네에 개미와 배짱이가 살았답니다.
정해순, 전순자, 최상봉 옥과 개미와 이숙자, 김은옥, 조영섭, 전기봉 광주 개미, 김인호, 조수현, 주성인 서울 개미들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무대 뒤에서 묵묵히 땅을 일구면서 식사를 준비하였답니다.
그 때였어요 김장곤 배짱이가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보고 화려한 외모와 달변으로 그들에게 접근한 뒤 달콤한 노래와
섹소폰을 불어주면서 개미들의 얼을 빼앗은 다음, 숟가락으로 맛있는 음식을 다 먹어버렸답니다.
그러나 개미들은 그 배짱이를 원망하지 않았답니다.

2014년 50회 동창회,‘좋은 장소, 좋은 음식, 좋은 스케쥴’의 공덕은 최한용 배짱이에게 돌아갔다.


Ⅲ. 고마움.... 미안함
50회 개미들은 왜 그리 헌신을 자원하는지 설명이 어렵습니다. 친구들을 위하여 자기 몸 아끼지 않는 어리석음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한편, 과학적이지 못할 때는 미신을 앞세우기도 하지요!
혹, 옥과초등학교 자리가 명당이기 때문은 아닌가요? 영웅은 없으나 역적도 없는 것이.....
우정을 위하여 헌신하는 마음은 사랑이 밑바탕 되지 않고는 어림없는 일.... 그렇지요!! 우리 학교 터가 명당인 것이지요?

몸에 좋은 명약이 한 병 있습니다. 사용법에는 하루 세 번 식후 30분에 한 알씩 먹으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한 번에
먹으면 몸에 좋을까요?
과유불급이라.... 세월이 필요합니다.
나이는 먹는 게 아니라 익는 거라는 말..... 참 듣기 좋습니다.

개미들의 사랑, 친구들의 참여가 밑받침되어 행사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무어라 감사드릴까요?
감사한 마음을 헤아릴 수 없어 격에 맞을지 모르지만.... 욕심 부리지 말고 마음 내려놓고 살자는 의미에서 나옹 혜근(懶翁
慧勤) 스님의 글을 인용하려 합니다.

靑山(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蒼空(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 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세월은 나를 보고 덧없다 하지 않고
우주는 나를 보고 곳 없다 하지 않네
번뇌도 벗어 놓고 욕심도 벗어 놓고
강같이 구름 같이 말없이 가라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