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님아,그 강을 건너지 마오’

할리우드 대작 제치고 흥행 태풍

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사랑 이야기’가 겨울 극장가에 훈훈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이하 ‘님아’)는 개봉한 지 18일 만에 100만 관객을 넘기는 기록(14일 기준 105만7432명)을 세웠다. <님아>는 12월 극장가를 겨냥해 나온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같은 할리우드 대작들을 다 제치고 연일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기세라면 역대 독립영화 관객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워낭소리>(293만여명)의 기록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촬영부터 편집까지 총 6명, 제작비 약 1억2000만원의 이 작은 영화가 흥행 열풍을 일으킨 비결은 무엇일까. 영화는 모두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남녀 간의 사랑을 76년 동안 함께한 현실의 부부를 통해서 보여줬다. <님아>는 결혼 후 76년 동안 한결같이 서로를 아끼고 사랑해 온 89세 강계열 할머니와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냈다. 두 사람은 항상 같은 색의 한복과 신발을 맞춰 신고 꼭 손을 잡은 채로 동네를 돌아다닌다. 가을에는 함께 낙엽을 쓸고, 겨울에는 함께 눈사람을 만든다.

노년의 부부가 주인공이지만 ‘세월에도 변치 않는 사랑’이라는 소재는 연령대에 상관없이 모든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영화를 보면서 중년 부부들은 배우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젊은 커플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할 것”이라며 “나이에 상관없이 ‘사랑’이라는 코드가 관객들에게 감동을 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젊은층이 <님아>를 더 많이 관람했다. 멀티플렉스 상영관 CGV의 집계 결과(15일 기준)에 따르면 <님아>를 예매한 관객 중 53.9%가 20대일 정도로 <님아>는 젊은 관객들에게 인기가 더 많다.

죽음을 다뤘지만 ‘사랑’에 초점을 맞춰 관객들에게 밝고 따뜻한 느낌을 줬다는 점도 <님아>의 흥행비결이다. 촬영 기간 중 안타깝게도 할아버지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며 영화에는 할아버지의 임종이 담겼다. 진모영 감독은 “두 사람을 통해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사랑에 대한 것’인데, 너무 죽음에만 초점을 맞춰서 영화에서 말하려 했던 주제가 어긋나는 것은 원치 않았다”며 “죽음을 삶의 단절로 그리지 않고 다음 생애까지도 사랑을 연결시켜주는 ‘징검다리’ 같은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따뜻한 분위기의 영화가 더 강세인 겨울 극장가에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로맨스 영화가 딱히 없어 관객이 <님아>로 몰린 것도 흥행요인 중 하나다.

한편 영화의 주인공인 강계열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떠난 후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살던 집을 떠나 현재는 자식들과 지내고 있다. 강계열 할머니도 <님아>를 관람했다. 지난 9월 ‘제6회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할머니는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봤다. 생애 처음으로 극장을 찾아 큰 스크린을 통해 할아버지와 자신의 모습을 본 할머니는 영화가 끝난 후 “할아버지가 이 영화를 같이 보고 갔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했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영화에 나온 노인대학의 친구들과 함께 극장을 찾아 영화를 한 번 더 관람했다고 한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