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웨이 프롬 허(away from her) ====> 그 녀가 내곁을 떠나간다면......
44년이라는 긴 세월을 함께한 부부 그랜트(고든 핀센트分)와 피오나(줄리 크리스티分)에게 뜻하지 않은 불행이 찾아온다.
아내 피오나가 알츠하이머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프라이팬을 냉장고에 집어넣는가 하면 포도주를 들고서 '와인'이라는 단어조차 쉽게 말하지 못한다.
코트를 어디에 벗어뒀는지도 잊어버리고, 20년 전에 이사를 왔는데도 2년 전에 이사 왔다고 말한다.
급기야 밖에서 길을 잃어 집을 찾지 못하는 일까지 생긴다.
그랜트는 내키지 않지만 피오나의 편한 노년생활을 위해 요양원에 입원키로 결정한다.
입원 후 한 달 동안은 적응기간으로 보고 가족을 포함한 어느 누구도 면회할 수 없고 전화조차 할 수 없는 요양원 정책상, 피오나를 입원시킨 후 한달 만에 그녀를 본 그랜트는 충격을 받게 된다.
그는 수선화를 사 들고 아내 피오나를 만나러 가지만, 그녀는 덤덤한 표정으로 낯선 사람을 대하듯 한다.
오히려 그녀는 같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남자환자 오브리에게 집착하면서 시중을 들어주고 휠체어를 밀어주면서 산책을 한다.
병의 진행 과정에서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랜트는 슬픔에 젖는다.
그는 피오나가 자신의 아내라는 사실을 깨닫기를 열망하며 날마다 요양소로 향한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랜트에게 무관심한 채 오브리를 정성껏 돌보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피오나가 자신에게 멀어지는 것을 참지 못한 그랜트는 오브리의 부인을 찾아가 서로 떨어놓는데 성공하지만, 피오나는 그때부터 두문분출하고 병세를 악화된다.
중환자실로 옮겨야 한다는 요양원 측의 결정을 통보받은 그랜트는 마음이 아프지만, 오브리를 그녀 곁으로 다시 놓기로 한다.
그리고 그는 오브리의 아내, 매리엄과 또다른 사랑을 시작한다.
오브리를 데리고 온 날, 피오나는 모처럼 만에 그랜트와의 행복한 기억 속으로 빠진다.
피오나는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한다.
“당신은 정말 날 좋아지게 하려고 애썼어요. 당신 정말 사랑스런 남자예요. 난 정말 행복한 여자예요”라고...
그리고 젊은 시절의 피오나의 모습이 비치면서 영화는 끝난다.
「어웨이 프롬 허」는 그 대단한 사랑으로 반려자를 지켜보는 한 노년 남자의 삶에 포커스를 맞췄다.
40년을 넘게 살아온 아내가 하루 아침에 정신이 왔다갔다 한다. 실생활을 거의 할 수 없을 정도로 기억력이 바닥난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더 그를 힘들게 하는 것은 둘이 함께 했던 기억을 뇌리에서 지워버린 것이다.
그러나 아내는 거기에서 끝나버린 게 아니다.
요양원에 입원한 뒤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다른 남자와의 공통분모를 찾아낸 것이다.
자신의 애정과 배려를 받아야 했던 아내는 이제는 자신의 또다른 남자에게 간병인으로서의 애정과 배려를 쏟는다.
그게 그녀에게는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 자신의 삶과 세상을 붙들게 만드는 힘이다.
초기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질투가 일고, 그녀와 또다른 남자를 떨어지게 만드는 그랜트의 행동은 피오나에게 있어 끝자락을 빠르게 놓치게 만드는 동인이 된다.
따라서 그랜트의 피오나에 대한 사랑은 이제 살인무기가 된다.
그녀에 대한 사랑이 오히려 그녀를 더욱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은 그랜트.
그가 피오나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고 매리엄과의 새로운 사랑에 빠지는 것은, 피오나가 오브리에게 쏟는 사랑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각자의 사랑은 지금까지 그들이 영위했던 사랑, 각박해진 세상을 어루만졌던 사랑과 등가(等價)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말 살갑고 서로를 위하며 늙어가는 노년의 부부생활을 꿈꾼다.
늙어서까지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무너져내리지 않고 해로하는 생활은 얼마나 복받은 것인가.
그러나 현실은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생활고나 자식문제, 무엇보다 배우자의 건강여부가 이러한 행복한 노년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중 한 쪽의 기억력 상실은 서로가 가진 사랑의 기억과 향후 행복한 부부생활의 영위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친다.
당연히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서로에 대한 애정은 짜증과 푸념으로 바뀌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기억력 상실이 다가와도 서로를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랑이 남아있도록 노력하면 안 될까.
「어웨이 프롬 허」에서처럼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 대면하고 있는 서로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정상적인 부부생활, 더 나은 가족간의 화목, 그리고 먼 훗날에도 변치 않는 사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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