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에게,

나의 잘난 풍채만이 아니라, 생각도 좀 보여줄까 하네.
여기저기 게재했던 글들 가운데 적당한 것들을 골라 가끔 실어볼까 한다네.
시간 나거든, 혹은 나를 더 알고 싶거든 읽어보시게나.

한장희

"나의 직업병"

경영학을 공부한지도 어언 30년이 되었다.
10년 공부면 이루지 못하는 것이 없다는 데, 가속도까지 고려하면 최소한 세 공부는 이루었어야 할 시간이 흐른 것이다.
이제 뒤를 돌아보고 앞을 생각할 때임을 절실하게 느끼는 나이가 되었다.
나는 그 동안 무엇을 쌓아왔는가,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자주 생각한다.
직업병 하나를 확실하게 얻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세상만사를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그 병이다.
모든 사람을 범죄가능성이 있는 자로 보는 법조계 친구들(화낼까?)보다는 낫지만, 이것도 여간 피곤한 병이 아닐 수 없다.

내 직업병의 주요 증상은 “이 세상 모든 일에는, 언제나,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발명왕 에디슨의 말을 맹신하는 것이다.
우리 대학에서 교무처장을 하셨던 수학전공 교수의 다음 이야기와 비교해보면, 이 맹신이 직업병임이 확실해진다.

한 교수가 그 분을 찾아와서 부탁을 했다.
그 분의 대답은 “절대 안 됩니다.” 부탁한 교수가 무안해하며 돌아가자, 옆에 있던 사람이 좀 더 부드럽고 애매하게 응답할 수 없었는지를 물었다.
처장의 대답 왈, 수학에는 안 풀리는 문제가 많은데, 방금 전의 부탁은 바로 그런 문제였다는 것이다.
그 문제가 마치 풀릴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명백한 사기행위라는 것이다.
나는 어차피 안될 일은 안되더라도, 부탁한 사람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처리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에디슨의 말이 틀릴 수 없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 손톱 깎기가 힘들다.
손톱이 잘 보이도록 눈에서 멀리 보내면, 손톱깎개를 움직이기가 어렵다.
가까이 가져오면 잘 안 보인다. 이런...... 늙는다는 것, 죽는다는 것이 현실적인 문제가 되었다.
늙지 않을 수 없을까? 보통사람들은 말한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나의 직업병은 여지없이 발동한다.
늙는다는 것을 제대로 정의하면 관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늙는다는 것을 ‘굳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전부는 아닐지라도, 매우 중요한 속성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몸이 굳어지고 마음이 굳어지면 늙는 것이다.
늙기 싫은 친구들이여,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몸의 유연성을 지켜 보라.
아집, 잘못된 신념, 자기중심적 시각을 버리고, 사고의 유연성을 유지하라.
스트레스를 받으면 목이 뻣뻣해지고 머리가 굳는 느낌이 든다.
늙는 것이다.
스트레스 받지 말라.

관리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낚싯대를 뽑듯이 궁극적인 목표를 점점 더 구체적이고 시급한 일들의 연결고리로 재구성하는 일이다.
아래쪽 낚싯대의 일을 제대로 수행하면 위쪽 일이 자연스럽게 달성되도록, 즉 아래 단계 낚싯대가 윗 단계에서 빠져버리지 않게 주의하면서.

우리는 남의 안전과 행복에 책임을 지는 리더의 위치에 있다.
리더가 갖추어야 할 자질과 능력이 리더십이다.

좋은 리더가 되고 싶은 친구들아, 적절한 리더십을 어떻게 키우고 있는가?
가닥을 추려보면 관리가 쉽다.
리더십을 비전제시능력과 합의도출능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비전이란 미래 어느 시점까지 어디로 갈 것인지(where to go)와 거기에 어떻게 도달할 것인지(how to get there)로 구성된다.

좋은 비전을 제시하려면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일의 기획력이 필요하다.
합의도출은 커뮤니케이션과 보상제공을 통해 가능하다.

나는 ｢동물의 왕국｣을 자주 본다.
사냥하고, 먹고, 자고, 섹스하고, 초원의 먼 곳을 하릴없이 쳐다보며 하품하는 것 외에는 하는 일이 없는 숫사자의 팬이다.

숫사자도 관리를 생각할까?
아니라고 확신한다.
관리는 미래의 목표를 향해 미래에 해야 할 일들을 체계적으로 찾아내고 실행하며 통제하는 일이다.
관리는 미래를 생각하는 자들만의 권리이자 의무인 것이다.
관리하는 자여, 긍정적이고 희망적이지 않는 한 미래를 설계할 수 없음을 명심하라.

언제나 희망을 잃지 않는 것, 나의 직업병이 산재보험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이유이다.
(☏ 062-530-1437, 011-647-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