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인구의 고령화보다 더 심각하면서도 별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인구문제가 수명주기 변화이다. 대학을 마치고 20대 초․중반에 결혼하여 30대 초반까지 출산하고 60세 전후까지 경제적 활동을 한 다음 10여 년의 여생을 즐기다 세상을 뜨는 전형적인 일생의 생활패턴이 바뀌고 있다. 사회진출 및 결혼이 늦어지는 만생(晩生), 퇴직은 빨라지는 조로(早老), 대비 없는 여생이 길어지는 참담한 고령화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
지난 연말 타임지는 미국의 소위 ‘트윅스터 세대’의 실태를 보도했다. 18～25세 및 그 이상 연령대에서 취업과 결혼을 거부하고 청소년도 성인도 아닌 제3지대에서 머물려는 사람들이다. 4년제 대학만 졸업해선 취업이 어렵다 보니 졸업을 미루고 전공을 추가하거나 대학원을 준비한다. 그래도 만족스러운 일자리는 찾기 어렵고 빚만 늘어간다. 결국 정규직 취업을 포기하고 직장을 옮겨다니며 결혼도 안하고 10대처럼 행동하며 어울려 지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단다.
따라서 젊은 층의 수명주기도 바뀌고 있다. 2004년 현재 졸업적령인 21세에 졸업하는 미국 대학생은 32%뿐이다. 1975년 미국 여성은 평균 21세에 결혼하여 다음 해에 첫아이를 낳았다. 지금은 여성의 초혼 연령이 25세로 늦춰졌다. 그 당시 부모와 함께 사는 26세 청년은 11%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0%에 이른단다. 평균결혼연령이 30세를 넘긴 우리나라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젊은 층이 늦되는 만생(晩生) 현상이다.
IMF 이후 50대 직장인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회사의 임원이나 사회 고위층의 평균연령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경험이나 연륜보다는 지식의 중요성이 높아진 때문이기도 하고 인건비 절감을 위한 고육지계 탓일 수도 있다. 여하튼 조기퇴직과 사회적 조로(早老) 현상 또한 일반화되었다.
경제활동기간이 짧아지고 자녀 양육 및 지원기간은 길어진 탓에 개인이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줄어들고 있다.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노년기가 길어질수록 사회와 가족의 부담은 늘 수밖에 없다. 부모가 자녀 가정의 주요 불화 원인으로 꼽히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출산장려정책이나 연금제도 개선이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발명왕 에디슨의 말처럼 세상 모든 일에는 언제나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예전의 방식에 대한 집착이다. 비즈니스위크 최근호 사설은 인구구성 문제는 해결이 가능하지만, 필요한 조치를 적시에 취할 수 있는 정치시스템의 구축이 선결과제라고 적고 있다. 발상 전환과 정치 선진화가 이루어진다면 바람직한 수명주기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근무하도록 하여 주부들의 취업을 장려하는 유연시간제(flexible time)처럼, 20대 초반이 아니라 20대에서 50대 사이에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입대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하자. 군 입대를 준비하고 복무하며 제대 후 적응하기까지 길게는 4～5년을 소요하는 대학생들이 많다. 40대에 사회의 중요 직책을 맡을 수 있으려면 20대에 더 많은 준비를 해야한다. 20대의 시간가치가 갈수록 높아지니 군 복무기간의 기회비용이 증가하고 따라서 입대기피의 유혹이 강해진다. 군복무의무의 형평성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군 복무기간 때문에 사회진출과 결혼 시기도 늦어진다. 첨단장비의 도입으로 예전처럼 군대생활이 20대의 체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사회생활을 통해 조직충성도의 중요성을 익힌 데다 취업 기회와 시간의 상대적 비용도 낮은 50대의 군복무는 조로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가혹행위 문제는 줄어들고 국가경쟁력은 높아질 것이다. 우선은 아들 대신 아버지가 군대에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 엉뚱하다 싶지만 발상전환의 예로 적합하지 않은가? 우리 사회와 정치시스템의 반응을 주시한다.
(친구들의 의견은 어떠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