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글은 지금 대학 1학년인 내 둘째가 고등학교 1학년이었을 때, 스승의 날 1일 교사로 학교에 가서 아들 친구들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입니다. 봉사마가 어려운 질문을 하여 한 썰(說) 풀고나서, 이 글이 생각나 올립니다. 또 잘난 체.

진정한 인생의 출발점, 고등학교 시절의 생활관리
1. 물(水)과 풀(草)의 차이: 생명의 힘
상선약수(上善若水), 물처럼 사는 것이 최고의 도(道)라는 노자(老子)의 가르침입니다. 나는 상선약초(上善若草), 풀처럼 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생명이 없는 물은 중력의 영향에 순응하여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생명을 가진 풀은 중력을 이기고 그 반대 방향으로 싹을 냅니다. 연약한 풀이 그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생명을 가졌다는 점에 있지 않을까요? 생명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바람에 실려 음지에 뿌려진 씨앗이 생명을 보전하려면, 물을 향해 뿌리를 뻗고 해를 향해 줄기와 잎을 내밀어야 합니다. 바위를 뚫거나 중력을 이겨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삶은 그 자체가 고통인 것입니다. 그래서 생(生)은 명(命)이라, 숙명으로 받아드리고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고통이 싫으니 차라리 무생물이 되는 편이 나을까요? 의지적(意志的) 삶과 무의지적(無意志的) 삶의 차이를 생각해 봅시다. 바람직한지, 가능한지를 생각해 봅시다.
꽃의 삶과 사람의 삶을 비교해보면, 의지적 삶도 의지의 정도에 따라 나누어 볼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의지의 정도가 강한 삶일수록, 자연스러움에서 더 크게 벗어나는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인류(人類)는 진화(進化)를 거부한 종족(種族)”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2. 의지적 삶과 생활의 관리
자연스럽지 않은 삶은 관리(管理)되어야 합니다. 저절로 이루어지거나 완성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오늘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은, “의지적 삶”에 대한 열망(熱望)의 표현, 즉 그냥 두면 이루어지지 않을 커다란 꿈을 달성하고 싶어한다는 선언인 것입니다. 따라서 여러분의 생활은 당연히 관리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관리는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전제(前提)로 합니다. 관리란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더 나을지를 판단하여 선택하고 실행하며 수정해 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생활은 의지적 꿈을 향한 축적(蓄積)과 활용(活用)의 연속입니다. 흘러가는 시간을 그냥 보내지 않고, 노력을 통해 우리는 지식과 능력, 신용, 인간관계 등을 축적합니다. 축적한 것을 활용하여 생활에 필요한 자원(資源)을 조달하는 동시에 꿈의 실현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것입니다. 무엇을 얼마나 언제까지 어떻게 축적하고, 축적한 것을 언제 얼마나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지를 궁리하고 실천하는 것이 바로 생활의 관리인 것입니다.
3. 생활관리의 방안
할 일이 정해져야 그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역량(力量, competences)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생활 관리의 출발점은 하고 싶은 일을 정하는 것입니다. 대학에 가는 일, 대학에서 할 일, 대학을 졸업한 후 하고 싶은 일 등,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하고 싶은 일을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마디로 평생을 거쳐 추구할 꿈을 구체적, 단계적으로 설정해 두어야 합니다.
꿈의 실현을 위한 중요성과 긴급성에 따라 사안(事案)들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의 저자인 스티븐 코비 박사는 생산능력(生産能力)의 증진(增進)에 도움이 되는 지, 덕, 체, 영(智, 德, 體, 靈)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도록 권고합니다. 희소자원(稀少資源)인 시간(時間)이 남아돌지 않는 한, 꿈의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들은 하지 않아야 합니다. 더구나 해(害)가 되는 일, 즉 지, 덕, 체, 영을 저해하는 일은 결코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공부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공부할 것은 많지만, 더 긴요한 것부터 순서를 정해 공부해야 할 것입니다. 긴요한 공부의 내용은 자신의 꿈 외에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집니다. 세계화(世界化), 복잡화(複雜化), 전문화(專門化), 연대화(連帶化) 등의 변화를 감지하고 공부할 내용을 조정해야 합니다. 또한 요령(要領)있게,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공부하는 일 외에도 덕과 체와 영을 기르는 일 또한 중요하며, 생명의 본질을 깨닫고 자신의 의지를 잃지 않는 일은 더더욱 중요합니다.
이런 모든 생각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기가 고등학교 때입니다. 진정한 인생의 출발점에 선 나의 아들들이 자신의 의지를 세워 원하는 인생을 살아가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