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한 보험회사가 고객을 상대로 `고향'에서 연상되는 글자를 한자(漢字) 하나로 표현해 보라는 설문조사를 했다. 전체적으로 가장 많이 응답한 글자는 산(山), 두번째가 해(海), 세번째가 모(母)였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 보고 자란 고향의 산과 바다, 그리고 그곳에 살고 계시는 어머니는 영원한 `그리움'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설문 응답자를 자치단체별로 구분해 분석했더니 교토(京都)는 사(寺·절), 니가타(新瀉)는 미(米·쌀), 시가(滋賀)현은 호(湖·호수)를 표현한 사람이 제일 많았고 도쿄(東京)는 가(街·거리)가 1위였다고 한다. 변하지 않는 자연보다는 변용(變容)이 극심한 거리(街)를 떠 올린 도쿄-대도시 사람들의 고향관이 재미있다.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사람마다 `고향하면 떠오르는 것'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러한 조사를 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예단은 금물이지만 아마 비슷한 대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흔히 `국적(國籍)은 바꿔도 고향은 바꿀 수 없다'고 한다. 타향살이를 하거나 외국으로 이민 가 식당을 개업하면서 고향 지명을 간판에 붙이는 것은 애향심의 자연스런 표현이거나 향수를 달래려는 애틋한 마음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연숭배와 고향의식이 특히 강한 한국인들의 애향심은 남다르다. 지금도 일본에 `백제역(百濟驛)' `고려신사(高麗神社)' 등의 명칭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고향은 `어머니의 자궁'과도 같은 것인지 모른다.

고향이 더욱 그리워 지고 가슴 설레이게 하는 때가 명절이다. 명절을 앞두고 귀성인파로 모든 교통편이 몸살을 겪지만 짜증보다 흥겨움이 넘치는 것은 고향의 흡인력 때문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