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 가면 누구나 하늘에서 헤엄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미국 소설가 헨리 밀러가 1939년 그리스 지중해를 보자마자 탄성을 내질렀다.
쪽빛 하늘과 바다 구별 없는 지중해에서 그는 원초적 자유를 만끽했다.
포로스섬에 배를 타고 가면서 "자궁 속으로 되돌아가는 듯한 기쁨을 누렸다"고 했다.
소설 '북회귀선'에서 인간의 성(性)을 억압하는 현대문명을 비판해왔기에 그는 지중해 대자연 앞에서 근원 회귀한 듯한 희열에 들떴다.
▶그리스에서 관광산업은 GDP의 17%를 차지한다.
'국가 부도'를 선포할 뻔했던 그리스엔 소중한 수입원인데 해외관광객들이 줄줄이 예약을 취소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가 임금 감축 등 긴축안을 발표하자 노조가 주도하는 과격시위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아테네에서 시위대가 은행에 불을 질러 은행원 셋이 숨지기도 했다.
이튿날부터 숙박예약 2만건이 취소됐고, 20일 총파업을 앞두고 취소가 계속 늘고 있다.
▶그리스 재정위기는 '빚더미 위에서 벌인 복지잔치' 탓이다.
국가부채는 3000억유로(GDP의 120%)나 되는데 '연금 천국'소리를 들었다.
평균 61세에 은퇴한 그리스인들은 재직 때 임금의 95%를 연금으로 받았다.
영국(30%)·독일(37%)·프랑스(50%)와 비교해 너무 방만한 연금제도였다.
▶중산층 탈세와 부패도 나라살림을 거덜내는 데 한몫했다.
프랑스 신문 리베라시옹은 '그리스에선 탈세수법을 축구에서처럼 4-4-2라고 한다'고 보도했다.
세금 '10' 중 '4'를 탈루하고, '4'는 세무공무원에게 뇌물주고, 나머지 '2'만 국가에 납부한다는 얘기다.
아테네 교외 부자촌을 위성사진으로 조사하니 풀장이 1만6974개나 됐지만
풀장을 세무서에 신고한 사람은 324명에 불과했다.
▶그리스 작가 카잔차키스가 쓴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은 실존 인물이었다.
호쾌한 자유인을 상징하는 조르바는 "확대경으로 보면 물속에 벌레가 우글거린다는데 당신은 갈증을 참을 거요, 아니면 확대경을 부숴버리고 물을 마실거요"라고 묻는다.
지난 10년 조르바의 후예들은 너무 화끈하게 확대경을 깨버렸다.
한 번쯤 확대경을 나라살림에 들이대고 벌레가 어디에 우글거리는지 살폈어야 했다.
줄줄 새는 '곳간'을 방치했더니 이제 '곳간'을 채워줄 관광객마저 줄줄이 외면하는 사태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