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바람처럼 ... 구연옥





슬픈 음계에 실려 바람이 흔들리고 있다 

방황하는 갈잎 스러지는 시간 속에서 

세월 낚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하고 바람 따라 흔들린다 





가슴 턱까지 차 오른 알 수 없는 비애와 

슬픔의 무게가 어깨를 짓눌러 

흔들리는 바람 속에서 지탱할 수 없는 무게로 균형을 잡으라고 질책한다 





흩어지고 부서지는 세월의 잔해 속에서 거슬러 올라가 

나를 들춰보는 것 또한 어색하지 않은 계절 

겨울의 무덤은 또 그렇게 나를 흔들고 있다 





새롭게 나이테를 그릴 밑그림으로 

바람에 낙엽을 쓸어내고 

내 안의 나를 흔들어 백짓장이 되어 질식할 정도로 비우지만 

지탱할 수조차 없는 현기 일으킨다 





밑그림 그리려 잡은 손은 허공만 맴돌 뿐 

흔들리는 바람 따라 날아가 버리는 상념들 

사라지는 한 계절 앞에서 

또 하나 흔적을 남기려 하나 그 무엇하나 그리지 못하고 

빈 가슴으로 빈 거리만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