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제 목 |
이 름 |
조 회 |
등록일자 |
| 377 |
부나비는 황혼이 슬프다 |
설산처사 |
727 |
11-09-21 1 |
| 내 용 |
요즘 '황혼이혼'이란 말이 부쩍 거론된다. 옛말에 초년복보다 말년복이 좋다고 했는데, 늘그막에 서로 등긁어주며 살아갈 부부가 헤어진다는 것은 그야말로 인생 도루묵이다. 나는 괜찮다?... 남편 옷만 만져도 두드러기가 돋고, 남편이 집안에 있으면 소화가 안된다는 '은퇴남편증후군'이란게 있다. 일본 여성의 60%가 이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는데 세계적인 황혼이혼 신드롬을 볼 때 우리나라 여성들도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평생 일에만 몰두하고 폭탄주를 들이키며 주말엔 남들과 쏘다닐 때 아내는 수십년간 남편없는 생활에 익숙해져 왔다. 그런데 은퇴한 남편이 갑자기 평화로운 일상에 끼어들면 부담스럽고 짜증나지 않겠는가.
입신양명(立身揚名)과 무위자연(無爲自然)
대다수 한국남성들의 문제는 자신의 존재를 사회적 지위로만 확인하는 데 있다고 한다. 그래서 출세를 위해 온몸을 불사르다가 지위를 상실하면 시체처럼 무너진다.
흔히 출세가도를 달릴 때는 공자의 도를 논하다가, 끈떨어지면 자연귀의적인 노장사상을 논한다고 한다. 평생을 입신출세만 바라보고 내달리다 대열에서 추락하고서야 소박한 삶을 추구하면 초라하지 않겠는가? 중요한 것은 어떤 삶을 사느냐가 아니라 어떤 인생관을 갖느냐는 것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도다"(성경 시편)라는 말이 있다. 뜯어먹을 것처럼 싸우고 내 것을 챙긴다 한들 죽으면 한줌 재가 될 뿐이다. 중국의 무협 영화 '야연'에 "그 어떤 독보다 강한 것은 인간의 마음"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모든 일은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려 한 인간의 욕망 때문에 초래된다. 화려하게 타오르던 욕망의 불꽃이 꺼지고 나면 깨닫게 된다. 권력과 애욕도 무상하고 인생 자체가 무상이라는 것을.
인생은 마침표가 아닌 쉼표
인생이 허무하다고 두 손놓고 빈둥거릴 순 없다. 삶을 허무하게 보내는 사람도 있고 알차게 가꾸는 사람도 있다. 산 정상에 오르면 성취감보다 허무감이 밀려올 수 있지만 올라가는 과정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소중한 땀의 의미도 느끼게 된다. 결과만 생각하면 허무하지만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면 알차다.
거지와 알렉산더 대왕
행복한 거지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진정한 자유와 행복이 무엇인지를 생각케 한다. 그는 자신을 찾아와 원하는 것을 묻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햇볕을 가리지 말고 조금만 옆으로 비켜달라"고 말했다. 왕이 스승으로 모시겠다며 입궐을 청하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왕이 허락하거나 원할 때 밥을 먹지만 나는 내가 먹고 싶을 때 언제든지 밥을 먹을 수 있다"면서 거절한다. 디오게네스와 알렉산더는 같은 해에 세상을 떠났는데 알렉산더 왕은 마지막 소원을 이루지 못했지만 디오게네스는 죽는 날까지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다"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화삽화작가 타샤튜더는 시골 몬타나주에 30만평의 농장을 일구면서 94세의 삶을 살다갔다. 그녀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온전히 마음에 달려있다. 바랄 나위없이 삶이 만족스럽다. 개와 염소, 새들과 여기 사는 것 말고는 바라는 게 없다"고 말했다. 결과보다 과정에 충실하고 일을 즐기며 사는 것이 후회없는 삶이 될 것이다.
|
|
|
|
가입대상 : 동기모임
개설일자 : 2004-10-12
가입회원 : 17 명
운영자 : 전기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