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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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
조 회 |
등록일자 |
| 454 |
[유머] 송강 정철과 기생 진옥의 사랑이야기 |
영자 |
1256 |
14-01-07 1 |
| 내 용 |
조선조 500년 역사 속에 소위 최고의 ‘작업남’을 꼽는다면 아마도 송강 정철(鄭澈)일 것이다.
흔히들 고상하고 문장이 뛰어난 학자로 알고 있을텐데 그가 선조 때 강계에 귀양살이를 하게 될 때 에피소드를 들어보면 천하의 한량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정철은 귀양을 가서 현지 기생을 한 명 만나게 되는데 진옥(眞玉)이라는 여자다.
하루는 진옥이 정철이 기거하고 있는 처소에 술상을 들고 찾아온다. 그리하여 둘은 술상을 마주하는데 술잔을 기울이던 정철이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진옥에게 말한다.
“진옥아, 내가 시조 한 수(首)를 먼저 읊을테니 화답해 보거라”
그리하여 정철이 먼저 한 수 읊는데 그걸 현대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옥(玉)이 옥(玉)이라커늘 번옥(燔玉)인줄 여겼더니
이제야 보아 하니 진옥(眞玉)일시 분명하다
내게 살송곳 있으니 뚫어볼까 하노라.”
여기서 말하는 번옥은 돌가루를 구워 만든 가짜 옥이다. 즉, 가짜 옥인줄 알았는데 진짜 옥이라는 얘기다. 마지막 문장에 나오는 살송곳은 좀 민망하지만 남성의 심볼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진옥이 맞받아친다.
“철(鐵)이 철(鐵)이라커늘 섭철인줄 여겼더니
이제야 보아 하니 정철(正鐵)일시 분명하다
나에게 골풀무 있으니 녹여볼까 하노라.”
여기서 말하는 섭철은 잡다한 쇳가루가 섞인 순수하지 못한 쇠라고 하는데 우리말 사전에는 안나오는 단어다. 아마도 이 말은 선설(銑鐵)과 비슷한 뜻이 아닌가 한다. 영어로는 ‘Pig Iron’인데 우리말로는 물쇠, 즉 무른 쇠라고 한다.
그래서 진옥의 시조의 의미는 좀 물컹한 쇠인줄 알았는데 정철, 즉 제대로 된 철이라는 거다. 그게 송강 정철의 이름하고도 맞다. 정철이란 말도 전문용어는 아닌데, 요새 말로는 강철(Steel)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문단에 골풀무라는 말이 나온다. 쇠를 달구는 대장간의 풀무로 바람을 일으켜 불 때는 온도를 높이는 걸 풀무질한다. 진옥의 시조에서 말하는 골풀무는 눈치채셨겠지만 여성의 심볼을 의미한다.
이런 시조를 주고 받은 걸 보면 정철의 작업 솜씨가 대단하다.
진옥 역시 보통 여자는 아니겠다 싶다.
두 남녀 정철과 진옥이 각기 상대편의 이름을 빗대어
정철은 자신의 `살송곳`으로 진옥을 뚫겠다고 하고 있고,
진옥은 쇠를 녹이는 `골풀무`로 정철을 녹이겠다고 하니
그 뒤의 일이야 상상에 맡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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